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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좋은생각_청년이야기대상_공모작품

Humilitas_hk 2021. 6. 21. 09:31

이 글은 내가 좋은생각_ 제 5회 청년이야기대상에 응모했던 작품이다.

그때는 나름 잘 썼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왜 저렇게 썻었는지 모르겠다. 조금 수정하고 싶지만 응모했던 대로 수정하지 않고 올린다.

좋은생각에서 매년 생활문예대상 및 청년이야기대상을 공모하고 있느니, 글쓰기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 응모해 보는 것도 좋을 것같다.

 

[글쓰기] 좋은생각_청년이야기대상_공모작품

 

두려움 뒤에 숨어 있는 가슴 뛰는 기쁨

 

친구와 난 그곳에 출발하는 그 날, 해가 중천에 뜬 뒤로도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단지, 오늘 산에 올라 정상에서 1박을 하겠다는 계획만 있었을 뿐이다. 심지어 어느 산인지조차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될 거 같아 일단 서울 경부 터미널로 가는 버스에 내 몸을 실었다.

친구와 나는 서울 경부 터미널에서 우선 텐트를 구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중고거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의외로 빨리 중고거래 판매자와 연락이 닿았고, 천호역 근처에서 5, 6인용 중고 텐트를 구매했다. 크기도 크고 무겁기도 해서 걱정이 되었지만 그런 건 지금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검단산을 오르기로 하고 검단산으로 출발했다.

검단산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조금 넘었다. 산 입구 아래 편의점에서 물과 먹을 것을 좀 사려고 들어갔다. 계산대에 서 계시는 분께서 우리의 모습을 보시고 아셨는지 대번에 1박 할 거냐고 물어보셨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 산에 1박 하시는 분이 종종 계시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별걱정이 안 되었는데, 산 입구에 들어서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산 입구에서 바라본 숲속은 정말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나는 집에서 밝기가 아주 밝은 휴대용 손전등을 가져왔었다. 하지만 그렇게 밝은 손전등도 비추는 그곳을 제외하면 너무나도 어두 컴컴했다. 잠시 생각에 빠져 버렸다. 만약 혼자 왔으면 절대 못 올라갔으리라. 친구와 나는 서로를 의지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르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의 눈이 되어주는 소중한 손전등의 작은 빛 안으로 어떤 형체가 나타났다. 나는 놀라 친구에게 말하는 그 순간 그것은 사라져 버렸다. 친구는 못 보았다고 했지만 내가 본 그것은 분명한 야생 고라니였다. 두려움에 멈춰있던 우리는 잠깐 뒤를 돌아보았을 때, 이미 돌아가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을 우리가 올라온 어두 컴컴한 길을 보고 깨달았다.

더 오른 지 한 시간이나 조금 지났을까 우리 둘은 너무나 지쳐있었다. 그러던 중 정말 달콤한 중간 쉼터를 맞이했다.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쉼터 바닥에 누워 지친 몸을 달래며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보기에 참 좋았다.

그렇게 지친 몸을 달랜지 5, 10분 시간이 흐르니 내 머릿속은 더 올라가지 말고 여기에 만족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올라오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할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잠깐 고민에 빠졌지만 불타는 청춘의 목표를 이 잠깐의 휴식으로 맛본 것과 바꿀 수는 없었다. 결국, 우리는 정상에 올라가기로 다짐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잠깐의 휴식으로 힘을 충전한 우리는 다시 또 한참을 그렇게 오르던 중, 문제가 생겨버렸다. 손전등 배터리 표시등에 빨간색 경고 등이 들어온 것이다. 불이 꺼지면 앞으로 더 나아갈 수도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아까 중간 쉼터에서 멈출 걸 하는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하지만 후회는 이미 늦었고, 배터리에 경고 등이 들어온 만큼 시간을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배터리가 다 소모되기 전에 정상에 오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우리는 이전보다 더욱더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하늘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다행히도 손전등의 배터리가 다 닳기 전에 무사히 정상에 도착했다. 다 오르고 나니 오를 때의 두려움과 힘들었던 기억이 거짓말처럼 모두 사라졌다.

정상에 오른 나는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며 느꼈다. 이렇게 정말로 아름답고 가슴 뛰는 일은 두려움과 고난 뒤에 감춰져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설사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더라도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그 자체로 준비되어 있고,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면 반드시 아름다운 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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